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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PC 2022 본선 후기 본문
처음으로 참가한 대학생 대회이자, 첫 팀 대회이자, 다른 PS러를 자의로(ㅋㅋ) 만난 첫 대회이다. 대회 직후에 바로 후기 써야지 했는데 힘들어서 다음 날로 미루고, 또 미루다가 이제서야 쓴다 ㅎㅎ;
기본적인 팀 설명 등은 지난 예선 후기에 작성했기 때문에 생략한다. 팀원인 주때의 후기도 함께 보면 좋을 듯.
팀노트
본선 대회를 하루 남겨둔 저녁, 위기감을 느낀 우리는 어떻게든 팀노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코드를 전부 우리가 다 짰으면 좋았겠지만, 팀노트는 한 페이지도 완성 안 돼있고 대회가 코앞인 상황에 그럴 시간은 없었다. 일단 예전에 짜둔 내 코드 30%, 주때의 작년 팀인 Longest path to WF의 팀노트, kactl에서 코드를 열심히 수혈받아왔다.
특히 출제자 목록을 보고 플로우는 꼭 넣어야겠다고 생각했고, HLPP와 디닉을 테스트해본 뒤 둘 다 넣었다.
그 외에 이것저것 짧은 시간동안 굉장히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공백 고치고, 필요없는 / 필요할 것 같은 알고리즘 넣고, Fast IO 넣고, 모현한테 수학 라이브러리 좀 들고 오라고 갈구고, 주때 프린터 고장나서 모현한테 패스하는 거 구경하고, 기타 등등...
...그러나 이 팀노트가 쓰이는 일은 없었다. 본선에서 반드시 쓰일 것이라 생각한 플로우 코드는 볼 일조차 없었고, 거짓말처럼 팀노트 필요없는 문제들 위주로 나오며 나는 폭사했다.
본선 전
팀노트를 대충 마무리하고 대략 오전 1시. 지방에 거주 중인 나는 잠깐 눈을 붙이고 오전 6시에 깨서 택시 - SRT - 택시로 10시 30분까지 대회장에 도착해야 했다.
그리고, 대회 전날만 되면 긴장해서 잠을 못 자는 버릇이 또! 또!! 또!!! 도지고 말았다. 한 4시간쯤 정신은 말똥말똥한 채 눈만 감고 있는 끔찍한 경험은 작년과 재작년과 재재작년과 재재재작년만으로 충분하지 않았을까? 않았나보다...
빈사 상태로 비척거리며 어떻게든 택시, SRT를 타고 수서역에 도착했다. 이제 다시 택시를 타서 기사님한테 '삼성역 근처 스페이스쉐어 삼성COEX센터'에 가달라고 말했다. 기사님은 알겠다고 말하며 바로 앞에 세워주겠다고 했기에 난 아무런 부담 없이 기다리다 내린 다음 코엑스를 들어갔다.
...근데 뭔가 이상했다. 분명 지하로 내려가면 바로 보일 거라고 했는데, 광활한 코엑스의 면적만 체감할 수 있었다. 불안함이 엄습해 미아가 된 채 카톡으로 헬프 콜을 쳤다. 그러고서야 깨달았다.
삼성역 근처엔... 코엑스 어쩌구가 두 개 이상 있었던 것이다...!!!!
깨닫자마자 헐레벌떡 코엑스(진)에서 탈출하고 코엑스(유사)로 허겁지겁 달려갔다. 길을 헤매서 한 5분 뛰면 될 걸 서너 배쯤 더 걸린 건 덤이다. 헷갈리게 삼성COEX센터라고 적어두지 말고 그냥 대화빌딩이라고 써주면 안 됐던 걸까 ㅠㅠ;;
들어가기 전 정말 여기가 맞는 걸까? 사실 제3의 코엑스가 있는 건 아닐까? 하고 살짝 망설이다가, 다행히 다른 팀들도 쑥쑥 들어가길래 따라들어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가니 사람들이 북적북적했다.
그리고 마침내 3 ~ 4년째 나를 채팅으로만 알던 사람들과 만났다! AI인줄 알았는데 얼굴이 존재해서 이상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리고 난 죽기 일보 직전 + 오랜 집돌이 생활로 궤멸된 사회력으로 인해 말도 제대로 안 나왔다 ㅋㅋ..
아주 대충 인사를 나눈 뒤 신분증 검사를 하고 자리에 가니 병아리같은 노란색 UCPC 티셔츠가 있었다. 화장실 가서 갈아입고 자리에 앉아 천천히 대회장을 둘러보는데, 솔직히 좀 당황스러웠다. 우리 자리 앞이 예선 1등이자 본선 1등 유력 후보란 것에 놀란 건 아니고, 테이블이 진짜 이게 맞나 싶을 정도로 가까웠다. 맞은편 팀과 거리 1.5m로 마주보며 대회를 치른다는 게 믿겨지는가? 난 좀 안 믿겼다.
그렇게 멍때리며 주때가 들고 온 노트북 세팅이나 살짝씩 확인하는데, 노트북 키보드가 생각보다 되게 불편했다. 그래서 대회 중에 풀이 나오는 족족 코딩은 주때에게 짬때려야지 하고 다짐했지만, 헛된 꿈이었음을 지금 와서 깨닫는다...
가만히 의자에 앉아 있으니 뉴페이스인 나나 바로 맞은편의 PS 슈퍼스타 구사과님 팀을 만나러 여러 사람이 방문했다. 정신이 없어서 정확히 누구누구 봤는진 기억이 안 나는데, 일단 리즈서, 돌, 카루나, 준서, 재원, 조영욱 정도가 기억이 난다. 아마 nlog(?)님도 오셨던 것 같은데 그냥 뇌정지와서 어버버했던 기억이... 뭔가 기대하고 오신 모든 분들께 그저 미안함만 들었다 ㅠㅠ 너무 아싸 티를 사방팔방으로 뿜어댐 흑흑
류트는 본인이 누군지 알아보겠냐고 하길래 류트 아니냐고 답하니까 과연 코럴까요? 라면서 자꾸 그러니까 헷갈려서 설마 휘인가...? 하고 있는데 슥 가더라. 정작 휘는 머리가 너무 긴데다 마스크 껴서 찾아왔는데 순간 못 알아봤다 ㅋㅋ;
암튼 그렇게 있다가 시간 되니까 좀 뜬금없이 대회가 시작됐다.
본선 대회 중
어쩌다 보니 난 ABCD, 모현과 주때가 나머지 8문제로 분배됐다.
일단 B는 딱 봐도 최후반부에야 한두 팀 이하로 풀 것 같아서 걸렀다. D는 딱 보니까 뭔가 식만 열심히 정리하면 자료구조로 쓱싹 가능한 것 같아서 호감이었다. C는 문제 분류가 애드혹 > 그리디 > 부분합 / DP 순으로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A는 DP를 어떻게 애드혹한 관찰을 섞어서 최적화해야 되는 것 같았다.
C는 금방 떠오를 것 같은 문제는 아니라 A를 좀 찍먹해보기로 했다. 큰 거부터 '애드혹한 관찰'을 시도해 보는데 잘 안 됐다. 솔직히 C랑 A 둘 다 모현한테 던지고 싶었는데 이미 애드혹한 다른 문제를 푸는 중인 것 같아서 넘기기가 좀 그랬다...
근데 앞쪽(1등팀)에서 자꾸만 풀이 얘기가 들려서 아무것도 안 들린다고 스스로 세뇌하느라 진땀을 뺐다. 다행히(?) ABCD 풀이 관련 얘기는 내 귀에 안 들렸는데 무슨 LR 플로우나 SoS DP 어쩌고 하는 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적어도 우리가 푼 문제 중엔 비슷한 게 없는 것 같은데 뭔 문젤까;
아무튼 열심히 자기최면을 걸며 A를 보다 포기하고 D 식정리를 시도했다. 정리 난이도 자첸 쉬웠는데 머리 멍해서 실수 연발로 삽질만 1시간 넘게 한 것 같다. 그와중에 옆에 퍼솔 풍선 달리길래 봤는데 우리 팀이었다. 굉장해~
일단은 식 대충 뽑고, 제일 구현 쉬운 레이지세그 풀이를 쓰고 I 디버깅 하던 주때를 밀어내고 코딩을 했다. 예제가 안 나왔다. 열심히 쳐다보니 C 예제랑 D 예제를 헷갈린 채로 풀고 있었다. 주때를 다시 앉히고 예시를 열심히 썼다.
근데 아무리 봐도 식은 맞는데 직접 손으로 구해보면 예시 답이 안 나왔다. 잘 기억이 안 나는데 뭔가 굉장히 어리석은 실수를 했었다. 다시 코딩석으로 가서 열심히 짜고 맞았다. 키보드 불편해
스코어보드를 보니 A는 노솔브였고 C가 그나마 풀만해 보였다. 보고 열심히 식을 정리한 끝에 부분합 다섯 개로 어떻게 풀이 비스무리한 게 나온 것 같았다. 근데 뭔가 이상해서 모현한테 이거 맞냐고 물어봤다. 잘 몰?루겠지만 맞다니까 맞겠지 같은 반응이 돌아왔다. 살짝 불안했지만 일단 짰다. 틀렸다.
문제를 다시 읽었다. 정말 기본적인 관찰부터 굉장히 이상한 방향으로 엇나간 채 풀고 있었다. 수면 부족이 어디까지 사람을 뇌절하게 만들 수 있는 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영혼이 나간 채로 A를 봤는데, 수면부족 + 체력방전 + 멘탈터짐 삼중고가 쌓인 상태에서 잘 될 리가 만무했다. 주때와 열심히 살펴봤지만 개같이 멸망하고 난 1솔, 나머지 두 사람이 6솔 합계 7솔로 끝났다.
본선 대회 후
ABCD에서 A B C 셋 다 스코어보드 기준으로 어려운 문제였고, 컨디션이 망한 상태라 D밖에 풀지 못했다. 고 스스로 위안을 삼고 있긴 한데, 어찌 되었든 버스 타겠다곤 했어도 진짜로 버스를 타버리니 기분이 좀 그랬다.
뭐 그건 그거고 최종적으로 우리 팀은 12등을 해서 5등상을 받게 되었다. 주때가 5등상 상품인 USB 허브를 받을 거면 차라리 퍼솔 상품이 더 받고싶었다고 하던 게 기억에 남는다. 근데 진짜 A나 C 뇌절만 덜 했어도 등수가 크게 달라질 수 있었을텐데 조금 아쉬운 마음도 든다.
단체사진을 찍고 지인들 총 16명이 모여서 지하철을 타고 링고(치킨집)에 갔다. 대회장에서 나올 때 비가 오는데 우산이 없어 당황했는데, 주위를 보니 몇몇 사람이 상 받을 때 주는 팻말을 우산 대용으로(...) 쓰더라. 꽤 창의적인 방안이라 당장 채택하려고 우리 팀 팻말을 찾았는데 없더라...? 분명 내가 들고 있었는데 아차 화장실에 놔두고 왔던 거였다!
아침에도 그랬듯이 또 헐레벌떡 뛰어가서 들고 와 주때와 쓰고 지하철로 갔다. 딱 둘이 비좁게 쓸 정도 크기더라. 모현은 잘 기억이 안 나는데 당당하게 비를 맞으면서 갔던가? 아마 우산이 있었던 것 같긴 하다.
하여튼 설입에서 내리고 몇 분 걸으니, 드디어 가게에 도착했다. 그리 크진 않은 건물에 노란 티 입은 친구들이 우루루 들어오니 가게 주인분이 좀 당황하셨는데, 이정도 수의 손님은 가게 분위기 등의 이유로 잘 받지 않는다고. 근데 뭔가 잘 타협을 해서 테이블마다 네 명씩 나눠 앉게 됐다.
내가 앉은 테이블엔 우리 팀(나, 모현, 주때)와 돌이 앉았다. 돌이 주도적으로 대회 얘기를 하며 진행되던 기억이 나는데, 놀랍게도 어지간한 주제엔 할 얘기가 없는 나조차 말이 나올 법한 대화였다. 근데 너무 피곤하기도 하고 집돌이 생활을 너무 오래 한 아싸라 그런지 입이 물리적으로 잘 안 열리더라 흑흑.. 역시 말보단 채팅이 편하다
맥주나 술을 시키는 사람도 꽤 있었는데 난 딱히 마신 적이나 마실 생각이 없어서 오렌지 주스나 홀짝였다. 근데 무슨 한 컵에 수천 원씩 하더라... 그냥 들고 온 물이나 마시려고 했는데 주때가 자기가 테이블 사겠다며 그냥 시키라고 하길래 시켰다. 마셔 보니 집에 있는 델몬트가 더 맛있는 것 같아서 그냥 물이나 마실걸 하고 좀 후회했다.
그렇게 시간을 좀 때우다가 SRT를 타야 해서 8시쯤에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른 사람들의 배웅을 받으며 다시 택시를 타고 SRT를 타고 버스를 타려니 버스가 끊겨서 또 택시를 탄 끝에 집에 도착했다. 뭔가 키보드 잡으면 여포지만 컴퓨터와 떨어지는 순간 전투력이 지하 내핵을 뚫고 들어가는 사람의 전형적인 모습을 유감없이 뽐낸 하루였었던 것 같다. 역시 사람이 안 하던 걸 하면 탈이 난다. 집이 최고...
내 이슈로 여러모로 탈이 많던 대회였지만 그래도 나름 나쁘지 않은 경험이었다. 그치만 역시 온라인 대회가 더 좋다 ㅎㅎ
뭐라고 끝맺을지 모르겠다. UCPC 화이팅!